경기침체로 인해 미국과 한국에서는 하우스 푸어와 유사한 ‘푸어’ 용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중에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자신이 채용하는 직원보다 더 빈곤하다는 ‘컴퍼니 푸어’, 고급 자동차를 구입한 후 높은 월 페이먼트와 보험료로 인해 생활에 허덕이는 ‘자동차 푸어’ 매입했던 가격보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애물단지가 돼버린 주식만 보고 있는 ‘주식 푸어’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용어인 poor에 해당되려면, 소유한 것을 지키려고 쩔쩔매야 한다. 전에는 회사가 망했을 때 ‘부도가 났어!’라고 말하는 정도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무슨 무슨 poor 라고 말한다. 비록 가랑이 찢어지는 욕심에 의한 자업자득일지라도, 구차한 변명이 필요없는 멋진(?) 표현이다.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용어가 생겨나기 훨씬 전 10년을 하우스 푸어로 살았다. (House poor 라는 용어가 없었고, 남들이 내 속을 알까 봐 전전긍긍했다.) 남들이 모르니, 대책도 있을리 없고…
House poor 대책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면 신경질(?)이 앞선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재융자 듬뿍 받아서 사업체를 마련한 후의 친지는, 폭락하니까 바로 house poor 대책의 수혜자가 되었다. 나도 그런house poor 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휴, 배 아퍼!!!!!! (배 아프면, 만수무강(萬壽無康)에 지장이 있겠지?)
10년을 house poor 로 지켜 낸 집이 폭등했을 때, 배 아픈 (구구절절 (句句節節) 설명은 생략) 처제의 농간(?)으로, 재산은 반토막이 되버렸다.
지금 내가 ‘갖은 것이라고는, 돈과 시간 뿐이야!’ 라고 외치며 살 수 있는 이유는, 억울했어도 소송으로 갈 능력이 없어서 반이나마 남아 있는 덕분이다.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와인은 1787년산 샤토 리피트로쉴드다. 198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말콤 포브스에게 15만 6000 달라에 필린 이와인은 200년도 더 지났기 때문에 마실 수는 없지만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이니셜 (Th J) 이 병에 새겨져 있어 소장 가치로는 세계 최고…. (중략)
2010년 카치가 이 와인은 ‘가짜’라고 주장하며 관련된 판매상들과 크리스티 경매소를 법원에 제소… (중략)
지난달 뉴욕 연방법원은 이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소송을 낸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의혹이 제기된게 2000년이고, 정확한 출처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인데 소송은 2010년에 제기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와인의 조사와 송사에 수백만 달러를 쓴 키치는 다시 항소할 것이라고 한다. (하략)
어쩌다가 와인 한병 구입하는 나의 눈 높이는, 고작 10불선이다. 그러니1787년산 샤토 리피트로쉴드는 안중에 없다. 이 와인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못먹는 와인!!! 소송으로 수백만 달러를 날려도, 말콤 포브스는 와인 poor 가 될 수 없다. 그에게는 소송을 감당할 능력이 있잖은가?
욕심(꿈)이 있으면 현재의 poor 쯤은 큰 문제가 아닌데, 나에게는 꿈이 없다.
빈곤 속에 허우적 거리던 과거에는 가랑이 찢어질 까를 두려워했고, 현재는 남아 있는 것으로 죽을 때까지 충분한 가를 저울질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Rich가 되려는 모험은 꿈도 못 꾸고 있으니, 미래에 부자(rich)가 된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 (千不當 萬不當)!!!!!!
돌다리도 두두려 보고 건너라지만 두두려 보기 전에 포기 하는 나는, 영원한 진짜 가난뱅이 인생이다.
‘평생 공무원이나 해 먹을…’ 하면서 나를 걷어 찬 그때 그 아가씨는, 지금 어디서 거들먹거리며 살고 있을까? 그녀의 덕담(?) 대로 ‘봉급장이나 하면서’ 살았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래도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갖은 것이라고는, 돈과 시간 뿐이야!’ 라고 외치며 살련다.
